이클립스

  • On 2014. 03. 18

IMG_3551
<이클립스>의 발단은 천정이었다. 토마스의 입구 천정 가까운 곳에 움직이는 무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정성윤 작가와 의논했다. 그의 전시에서 회전하는 기계 작업 “You”를 보았고, 무언가 돌아가는 것이 저기 높이 달리면 어떻겠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조금 생각해보겠다는 답을 한 뒤, 정성윤은 <이클립스>의 아이디어를 갖고 나를 찾아왔다. 돌아가는 것으로 꼭 하늘에 돌고 있는 별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는데, 그는 별들의 움직임을 형상화한 작업을 가져다준 것이다.
천문학적으로 이클립스는, 그중 개기 일식은 달이 태양과 지구 사이에 들어와 태양을 가리는 현상이다. 달이 태양을 가리면서 지구상의 사람들이 대낮에 어둠을 경험하는 일인데… 정성윤은 <이클립스>를 통해 이를 만남에 비유한다. 어둠과 만남. 작가는 애초에 <이클립스>에 관한 두 가지를 말했다. 한 가지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관한 것들이 보이리라고 예상하지만, 사실 더 안 보이기도 한다는 것. 두 번째는 일식이 일어났을 때 태양 뒤에 있어 보이지 않던 별의 빛이 중력에 의해 휘어지며 보이기도 한다는 것. 만남과 어둠이 가지는 역설이었다.
eclipse의 어원을 찾아보면 이렇다.

The term is derived from the ancient Greek noun ἔκλειψις (ékleipsis), which means “the abandonment”, “the downfall”, or “the darkening of a heavenly body”, which is derived from the verb ἐκλείπω(ekleípō) which means “to abandon”, “to darken”, or “to cease to exist,” a combination of prefix ἐκ- (ek-), from preposition ἐκ (ek), “out,” and of verb λείπω (leípō), “to be absent”.

단순히 누가 누굴 가리는 차원이 아니다. 버림 받고, 어두워지고, 존재를 멈추는… 인류가 처음 일식으로 인한 어둠을 경험했을 때가 상상이 되는 상황이다. 세상이 끝장난 줄 알았을 것이 당연하다. 상상조차 불가능한 어둠이 도사리고 있는 궤도를 돌고 있는 줄은 모르고…. 실제로 어떤 불빛도 없는 완벽한 어둠은 모든 것을 지워버린다. 나라는 자의식은 물론 실존을 지탱하는 기억까지도.
어떤 시인은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대상의 윤곽을 지우는 일이라고 했다. 크기가 같은 두 개의 원판이 매우 느린 속도로 트랙 위에서 왕복 운동을 하도록 구성된 <이클립스>에서 ‘일식’이 진행되기 시작하면 서로의 윤곽을 흐리며 어떤 혼합체가 되어간다. 두 개의 원판의 완벽한 만남이 일어나면 그들은 서로의 윤곽선을 ‘지우며’ 스스로 서로의 윤곽선이 된다. 이 합체는 절정이지만 희열보다 절망에 가까운 절정으로, 일식이 표상하는 완벽한 어둠이 떠오른다. 나는 오르페우스의 신화를 떠올렸다.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뒤돌아보는 순간, 그의 시선이 그녀의 몸과 만나는 순간 그녀는 영원히 지하세계로 떨어진다. 만남과 영원한 어둠을 주제로 한 또 하나의 변주곡이다. (Orpheus의 그리스어 어원 orphe는 ‘어둠’이라는 뜻) 모든 에로스에 타나토스가 깃들듯, 어둠이 전제되지 않은 만남은 없다. 이클립스, 완벽한 어둠을 알아버린 어떤 마음들이 오늘도 그렇게 궤도를 돌고 있을 것이다.